요번에 닥터프로스트 시즌4가 시작되었다. (네이버 웹툰)
과거 웹툰을 많이 보던 시절, 즐겨봤던 웹툰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내용 catch-up도 할 겸 시즌 1을 보았다.
2011년도에 시작하였던 웹툰. 무려 8년전. 지금 보니까 아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기계발서도 마찬가지인 것 처럼, 같은 내용이더라도 그 내용을 읽는 나의 시기마다 더 깊게 다가오는 부분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번 닥터 프로스트 시즌1도 마찬가지였다.
Caes 1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해볼만한 대사, 상황들이 있어서 공유하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쉽게 쉽게 웹툰으로 넘기기에는 굉장히.. 공감가는 내용들도 있어서..
6화 : [통신]은 통했다고 믿는 것. [전달]은 전하면 도달한다는 뜻. 오직 그뿐이라고
그 어디에도 서로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의미는 없어. 어차피 인간이란 타인에게 공감할 수 없지. 그건 착각이야
8화 : 그 사람 왠지 자기애성 성격장애 같던데요? 일단 행동과 말은 거만했지만, 왠지 스스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칭찬을 원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구요. 그 의미는 자존감, self가 크지 않고 타인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보였씁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말에 반박할 때에, 소극적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적대적이고 공격적이더라구요. DSM-IV*에 의하면 이런 증상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DSM-IV :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정신장애 진단표
-> 심리상담자의 역할중 하나는 내담자의 증상을 확인해서, 그 증상과 연관된 장애를 파악하는 것인 듯 하다.
11화 : 오정혁씨, 최근에 굉장히 크게 기뻤던 적이 있나요? 아니면 죽도록 슬펐던 일은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뭐죠? 가장 소중한 것은?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고, 최근에는 언제 만났죠? 취미는? 쉬는 날엔 무엇을 하죠? 요즈음 크게 희열을 느꼇거나 제일 슬펐던 경험은 뭔가요?
하지만, 당신은 속마음을 방어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쓰지 못한 이유는 애초에 쓸 게 없었기 떄문이죠.
오종혁씨, 당신을 동물로 비유하자면 어떤 동물이죠? 색으로 표한하면 어떤 색 입니까? "갑자기 무슨.." 생각하지 말고 바로 답해보세요. "모르겠는데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사춘기시절 소년 소녀들이 많이 해보는 것이 자신을 대표하는 색깔 혹은 동물같은 것을 정해보는 놀이입니다. 그들은 아직 명확한 자기상이 완성되기 전 단계이기 떄문에, 그런 비유대상이나 혹은 만화 주인공 속에서 [자아정체성]이나 [되고 싶은 모습]을 찾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의외로 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12화 : [어린시절 부모의 공감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애성 성격을 갖게 되지만, 근본적인 해소가 되지 못하기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찾아 다닌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으려면 부모라는 거울이 필수적입니다. 어린 아이는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세상에 대해 알게 됩니다. 부모라는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반영해 줘야 하죠. 하지만, 당신처럼부모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을 대신 할 거울들을 끊임없이 찾아다니게 됩니다.
오정혁씨, 결국 당신 과거의 수많은 여자들은 부모 대신 당신에게 공감해 줄 누군가였을 뿐입니다.
13화 : 오종혁씨 같은 케이스는 보통의 상담자라면, 부모의 역할을 대신 해 주면서 장기간에 걸쳐 결핍된 부분을 채워줘야 하지.
오종혁씨 같은 사람은, 그녀같은 사람을 만나서 근본적인 결핍,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는 것 만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거야.
Case 1은 오종혁씨,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듯이 보였지만, 그 내면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컸고, 그의 내면은 텅 비어 있었다.
사실, 나도 비슷하다. 아니 이건 현대사회에 있는 모두가 비슷하다. 요즘에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슬픔을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꽤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SNS 이용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모순적이면서 슬픈 현실이다.
지난달 제주도에 학회가 있어서 참석후에, 마지막날에 잠시 자유시간을 만들어 혼자서 쏘카타고 여행한 적이 있었다. 대략 4,5시간정도 짧은 홀로 여행이었다. 쏘카를 빌리고, 동료들을 제주공항에 내려주고 애월로 향했다. 제주도의 해안도로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날씨도 환상이었고, 햇볕도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불과 10분도 안되서, 나는 재미가 없었다. 지루해졌다. 심심했다. 혼자 운전하면서 제주도의 멋진 자연을 즐기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 공허하고 심심했다. EDM 음악을 소리높여 틀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도 오종혁씨(case 01의 내담자)와 같은 인정받고 공감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굉장한 것 같다.
혼자 제주도의 자연을 잘 즐겼다는 사실과 스스로의 만족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사실을 최대한 아름답게 꾸며서, 사진을 이쁘게 찍고, 셀카를 멋지게 찍어서, 이 사실을 인스타 혹은 친한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까지 해야 완성이 된다. 마음에 안정이 되고, 즐거워진다.
이게 참 웃긴 거다. 혼자 여행을 떠났으면서, 혼자서 만족은 불가능하고. 혼자인 상황을 남들에게 보여줘야 만족해지는 상황. 남들이 인정해주면 더 기분이 좋아지는 상황. ex.와 날씨 멋지다, 바다 진짜 이쁘다. 나도가고싶어.. 등등
최근에 인스타를 시작하였다. 팔로워도 늘고, 좋아요가 늘어가는 기분은 좋았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느낌. 다소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허하다고 느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좋아요를 1천개 받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의 인생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좋아요 갯수, 팔로워 숫자는 나의 인생에, 인생 흐름에 거의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의 기분과 인정받아서 만족하는 순간적인 감정이 생길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진정 중요한건, 1. 깊은 관계. 혹은 2. 얕은 관계에서 시작해서 깊은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과정. 이런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스타에서는 2번과 같은 관계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SNS이고,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이 사람과 정말로 친해지는 것은 일종의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크루활동(오프라인 모임)을 하면서 크루분들과 친해지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관계의 발전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하면, 어느정도의 깊은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얕은 관계(SNS친구관계) 그 자체로도 어느정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너무 의미충인 내가, 과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SNS 관계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pleasantly surprise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인데, 너무 안좋게만 생각한 것 같다. 일단 이 글의 주제와 다소 다르기 떄문에, 나중에 새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그래서 최근에 인스타 활동이 뜸해졌다. 발목부상으로 인한 러닝 못하는 것도 이유이지만, 일상을 올리지도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 나의 정신적 불완전성떄문에, 혼자서는 만족하기가 힘들고, 사람들에게 인정과 공감을 받아야 만족해하는 결점이 있다.
2. 그러한 인정과 공감을 위해서, 인스타(SNS)를 활용했다. 초기에는 기쁘고 즐거웠으나, 다소 얕은 관계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그 인정의 깊이가 얕기 떄문에, 나의 내면 깊숙히 자리한 인정에 대한 갈증을 100% 해소시켜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3. 그렇다고 깊은 관계의 사람이 인정해준다고, 100% 해소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도 case 01의 오종혁씨처럼,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친근한 동반자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그 상대방은 남을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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