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3일.
서울달리기 대회 10k를 성공적으로 완주하였다.
다들 각자 동행이 있어서, 인증샷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혼자서 뭐 할 것도 없고, 집 가야지 생각으로 버스타러 이동하고 있었다.
마라톤에서 다소 무리한 페이스로 좋은 기록을 냈지만, 그 반작용으로 발바닥 부상을 입었다..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리면서 걷게 되니까 상당히 기분이 이상했다. 이렇게 다리가 다치는 경우는 최근 10년간 처음인거 같다.
마라톤 집결지는 시청광장이었고, 내가 탈 버스는 서울역 언저리에서 타야되서 조금 걸었다. 한 발이 아프니까, 절뚝.. 절뚝.. 천천히.. 걸어갔다.
마라톤은 10km를 달리긴 했지만, 상당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운동이후 영양보충이 필수적인데, 발도 아프고, 기분도 좀 그럭저럭이어서, 일단은 집을 가는 것을 목적으로 이동했다.
그러던 와중, 이런 입구를 만나게 되었다. 여기부터 대기시간 8~10분 ?. 아니 이곳은 기다려서 먹는 국밥 맛집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먹어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시간이 10시정도여서 점심 식사시간은 좀 남아서, 사람은 적어보였다.
입장하니,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점심시간 대비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주곰탕(특)을 주문. 고민하면 안된다. 먹고 싶고, 먹어야 할 때는 가격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나주곰탕 - 8,000원 / 나주곰탕(특) - 10,000원)
금성관 나주곰탕은 국밥형식으로, 밥이 국에 말아져서 나온다. 이게 굉장히 좋다. 일반적으로 국따로 밥따로 나와서, 말아먹을 경우에는 밥과 국이 다소, 따로노는 듯한 식감과 맛이 표현되는데. 밥이 국에 말아져서 나오는 경우 그렇지 않다. 밥이 국과 같이 끓으면서 일종의 조화로운 맛이 탄생한다. 국물의 육수가 밥알에 침투하고, 밥알 자체도 조금 더 불려져있어서 (죽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을 보여준다.
상당히 좋았다. 간은 따로 추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적절했다. 반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깍두기, 배추김치, 그리고 꼴두기젓갈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깍두기는 적절히 익어있어서, 너무 설익으면 무 자체의 맛이 강하고, 너무 많이 익으면 (많이 익은 걸 즐겨 드시는 분들도 많지만) 씹는 아삭아삭한 질감을 잃어버리는데. 딱 그 중간의 밸런스 위치에 있었다.
배추김치는 젓갈로 담궈졌고, 젓갈의 맛이 느껴지는 김치였다. 나는 어렸적 부터 어머니가 이런 식의 김치를 해주셨기에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꼴두기젓갈은, 짭조름한 맛이 강했다. 젓갈이라서 그런것이겠지?.
나주곰탕과 같이 먹는다면, 아무래도 깍두기가 최고다. 아삭아삭한 식감에 국밥의 그 부드러운 식감. 따뜻한 국밥과 다소 시원한 깍두기. 이런 대비되는 효과가 맛을 한층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고기는 충분했다. 밥을 추가해서 새로 말아먹을 때까지도 계속 고기가 나왔던 걸 보면 양은 정말 충분했다. 고기 두께는 두껍지는 않았고, 얇은 편이었다. 국물과 함께 오랫동안 잘 익혀져서 씹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실제로 10시에 내가 들어갔을때, 할아버지들 테이블 하나, 할머니 테이블 하나 있었던 걸로보아, 어르신들도 즐겁게 드시는 것 같았다.
먹다보니, 땀이 흘렀다. 머리에서부터 이마를 따라 흘러 내렸다. 근데 이 땀은, 마라톤때의 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따뜻한 국밥이 몸속으로 들어가니, 일종의 약(?)효과를 보이는 건지, 뭔가 내 몸에서 육수가 나온 느낌? 기분나쁜 느낌은 아니고, 잘 먹고있고 이 국밥이 정말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이 드는 기분좋은 땀이었다.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선선한 바람이 땀과 만나서 상쾌한 기분을 주었다.
기대하지 않은 기쁨. 기대하지 않던 놀라움들이 우리 삶에서 꽤나 큰 기쁨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오늘 금성관은 나에게 그런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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