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일정으로 광주에서의 첫날 저녁이 깊었다. 일정이 조금 늦게까지 지연되어, 늦은 저녁을 먹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숙소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광주 오리 요리의 거리라.. 이런 곳이 있다니?"
광주 출장전, 오리탕을 먹어야한다는 동료의 말이 문득 떠오르면서, 나를 이끌었다. 화요일 저녁 7시30분. 사람이 많을 시간은 아니지만 광주 오리요리의 거리는 굉장히 한산했다.
풍년 오리탕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몇몇 오리탕집은 문을 열지 않았었고, 내가 가고자 했던 풍년 오리탕과 그 앞집인 영미오리탕에만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오리탕은 반마리, 한마리 이렇게 판매가 되는데, 반마리는 2인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혼자 먹으러 갔다.
입장. 주인아주머니가 혼자서 먹으러 왔다니까 놀라셔서, 혼자 많이 먹으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밑반찬은 상당히 깔끔하였고, 갓김치와 열무김치(열무 버무림?)이 굉장히 상큼하고 맛있었다. 깍두기는 오히려 너무 삭아서(?) 너무 익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오리탕이라는 음식을 사실 처음먹어보기 때문에, 일하시는 아주머니께 먹는 방법을 물어봤다.
미나리를 샤브샤브 식으로 오리탕에 넣어서 건져먹기를 두,세번 반복하고, 그다음 고기를 드시라.
샤브식으로 건져낸 (혹은 데쳐진) 미나리는 초장과 들깨가루를 섞은 양념장에 찍어먹으라고 하시더라.
엥? 나는 오리탕을 먹으러 온건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한 두어번 미나리를 찍어먹었다. 미나리의 상큼한 향이 입안을 refresh해주었다.
일단 국물이 굉장히 걸쭉하고 진하였다. 이게 처음에도 걸쭉했지만, 계속 끓이면서 건져먹기 때문에 종국에는 더욱 꾸덕꾸덕해져서 그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오리고기의 부위는 사실 닭(치킨)과 비슷하였다. 다리있고 날개 있고, 가슴살(퍽퍽), 가슴살(기름진), 목뼈. 이정도로 구성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크기는 우리가 먹는 치킨조각의 1.5배 ~ 2.0배 수준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거대하였다. 비리거나 냄새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정말 고기 양이 많아서 기뻣다. 입안 가득 오리고기를 넣고 우물우물 씹는 것도 상당히 재밌었다.
여기서 미나리가 나온다. 사실 오리고기는 다소 지루한 면이 있었다. 치킨이라면 바삭한 튀김옷 혹은 찍어먹는 소스, 치킨무, 콜라 등의 조화로 계속 먹을 수 있다고 한다면, 오리고기, 이 오리탕은 그것이 미나리였다.
미나리를 처음에 엄청많이 주길래.. 뭐지? 싶었는데, 미나리가 오리고기랑 궁합이 정말 좋았다. 계속 미나리를 투하하고 데쳐서 오리고기와 같이 건져서 먹는데,, 환상의 짝궁이 따로 없었다. 거기에 양념장소스는 덤이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요 맛이 참 좋아서 허겁지겁 근 30분동안 고기와 미나리만 건져먹은 것 같다. 그이후 남은 절반의 공기밥을 꾸덕하고 찐해진 오리탕의 국물에 말아서 갓김치를 올려가 삭삭 긁어먹었다.
정말 좋더라. 먹다보니 나도 모르게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서, 셔츠의 소매깃을 걷은 채로 먹고 있었다.
주말이 아니어서 사람이 적었던 것일까? 하긴 가격이 32,000원 (반마리) 이므로, 매일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보양식이나 회식자리로 올 법하다. 오리탕이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지만 정말 맛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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