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탕을 먹고, 저녁에 또 탕을 먹는다.. 쉬이 결정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그 결정을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옆에 쌈밥집의 우렁쌈밥정식을 먹고 싶은데 최소 2인이상 주문.. 송원회관 주물럭을 먹으려했으나 마찬가지로 최소 2인분이상 주문.. 물론 그냥 2인시키고 혼자 먹어도 되는데(어제 오리탕을 생각해보면..). 기분이 그냥 깔끔하게 먹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2인분 주문은 하지 않았다.
좀 약간 그런게 있는 거 같다. 진짜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그게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라면 쉽게 말해주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 무슨 말이냐면 지금 이렇게 서론을 주저리 주저리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 동태탕 집이 그만큼 귀중한 맛집이라고 마음속으로부터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두런두런 벌써 들어온 손님들이 있었다. 한 중년 커플은 코다리찜을 먹으며 말다툼을 하고 있었고, 한 아재들 무리는 일을 끝내시고 오셔서 양푼이 동태탕에 저녁을 드시고 계셨다.
"섞어탕 하나 주세요." "섞어 하나요."
이렇게 생전 처음 오는 가게에서는 주문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원칙을 지킨다. 이 가게의 메인 메뉴로만 시킬 것. 동태탕, 알곤이탕, 동태내장탕, 섞어탕 중 골라야 하였다. 알의 맛까지 보고 싶어서 섞어탕을 시켰다. 그리고 이 결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나 이후에 들어온 손님들의 주문을 잘 들어보면 된다.
3팀인가 4팀 들어왔던 것 같은데, 모두 섞어탕을 시켰다. 속으로 '잘 골랐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온 기본 반찬 및 양푼이섞어탕 1인분
서울에서는 김영만의 동태탕.아구찜 가게에서 동태탕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찬이 많지는 않았다. 역시 광주는 다르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바로 먹어도 되요?" "한 번 끓이고 드세요."
홀을 봐주시는 아주머님이 친절하셨다.
경기도 여주에서의 한정식집, 추어탕집 리뷰를 올렸는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경기도 여주는 이천과 함께 좋은 쌀이 나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하지만 호남지역도 굴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 평야인 호남평야가 있는 지역이 아니던가. 그 사실을 이 공기밥을 통해 느꼇다. 정말 쌀알 하나하나 맛있었다. 다소 질은 밥이었지만, 그것대로 재미있었다.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고 밥이다. 하지만 식당에서 주는 공기밥은, 여러 사정(전날에 했던 밥을 뎁힌 것이라던지, 원가절감을 위한 저렴한 쌀 구매 등)에 의해서, 질 좋은 밥을 먹기가 힘들다. 이 밥은 달랐다. 여주에서 먹었던 황금쌀을 떠올리게하는 최고의 밥이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 적에는 생선 머리가 뭐가 맛이있나 싶었는데, 갈수록 머리쪽이 너무 맛있다. 기름지고 내부기관들이 존재해서 고소하다.
기다리다가 허겁지겁 한 국자를 퍼서 이제 먹으려는데, 홀봐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알은 가장 나중에 드셔야 되요. 완전히 안익히면 비릴 수도 있어요."
"앗. 감사합니다"
몰랐었다. 동태탕에서 알은 가장 나중에 먹어야 한다는 것을..
국물은 정말 훌륭했다. 우선 깔끔했다. 조미료의 꿉꿉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와 동태에서 우러나온 육수다. 너무 깔끔하였고 매쿰하였는데, 이건 밥을 말아먹다가 알게 되었지만 땡초를 넣었고, 고춧가루를 통해 매콤함을 내신거 같다. 아까 말한 것처럼, 밥 자체도 너무 좋았고 국물도 이렇게 시원하고 깔끔하니.. 그냥 밥뚝딱 말아먹고 싶은 마음이 너무 생겼지만.. 참았다.
동태살과 고니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이게 참 웃긴데,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이 동태에 스며들어, 고니에 스며들어 점점 맛있어지더라. 다 떠나서 처음 맛부터 동태살이 단단했다. 다소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동태집에 가면 살들이 으스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단단하게 자기 위치를 잡고있었다. 동태 머리를 먹었을때도 전혀 비린맛 하나도 없이 고소하게 맛있었다. 고니 역시도 무난하게 맛이 있었다.
사실 이게 진짜다. 알이.. 진짜였다. 끝판왕이었다. 아주머니의 조언대로 충분히 익혀서 먹었다.
와... 우선 알 껍질이 굉장히 질겨서 이빨로는 잘 끊기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굉장히 신선한 알이었지않나 싶다. 또한 알이 가득가득 들어서 다 터져있는데, 알 특유의 끈적하고 꾸덕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먹은 국물, 무, 고니, 동태살은 시원한쪽, 상쾌한 이런느낌인데. 알은 반대다.
알은 끈적하고, 입안에 계속남아있는 것 같고(실제로 알의 알갱이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남아있기도 하다). 그 맛이 계속 입 안을 감도는.. 너무 좋았다. 신선하고 꾸덕한 알이 섞어탕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알이 풀어진 나의 앞접시에 밥을 말아서..(정말 오래 기다렸다..) 뚝딱했다.
하.. 너무 잘먹었다..
이런 집은, 먹고 나오면 이런 생각이 든다.
대구탕은 어떨까? 코다리찜은 어떨까? 또 오고싶다...
이런게 맛집 아닐까? 즐거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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